Netflix

2019.07.30

Netflix <Orange is the New Black>


Orange is the New Black은 역사적인 작품이다. 케이블TV 시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는 변환점(2013~2019)이자, 사상 초유의 여성-유색인종-재소자-정신질환자-성소수자의 대표성을 보여줬으며, 교도소 사업 복합체 Prison Industry Complex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인종적인 문제에 있어서 비판점이 있지만 그 실책에서 기인한 담론마저도 유의미하다. "Still, the conversations that have come out of Orange’s perceived missteps have felt as vital as the ones around its successes."

한 시즌당 13개의 에피소드가 있으며 2013년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 2019년에 막을 내렸다. 여성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코메디물로, 주인공이 있지만 앙상블 캐스트 구축이 탁월하다. 마지막 시즌을 보며 파이퍼의 우여곡절 2년은 그녀의 삶에서 가장 격동적인 순간이었겠지만 여전히 교도소에서는 또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란 기대를 남긴다. 

앙상블 캐스트를 묘사하는 방식은 인물이 교도소 내에서 맞게 되는 사건과 유사한 양상의 과거 사건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앞선 사건이 교도소에 오게된 원인은 아니지만) 해당 인물을 설명하고 있어 교도소에서 그녀가 얼마나 변했는가/변하지 않았는가를 보여준다. 

시즌 1은 파이퍼의 교도소 적응기, 
시즌 2는 교도소 내 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력다툼, 
시즌 3은 MCC의 교도소 인수로 인한 변화, 
시즌 4는 변화로 인한 악화된 교도소의 상황, 
시즌 5는 교도소 혁명, 
시즌 6은 최대 교도소로 이감된 이야기 
그리고 시즌 7은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파이퍼의 교도소 밖 적응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등장인물. 

파이퍼 채프먼 Piper Elizabeth Chapman

(왼: 타일러 쉬링Taylor Schilling, 오: 파이퍼 커먼Piper Kerman)

시리즈의 주인공. 대학을 졸업한 후 마약 자금을 한 번 운반한 죄로 15개월 형을 받아 리치필드에 들어가게 된다. 대체 언제 철이 드나 싶은 이 인물은 나이브naive함이 얼마나 특권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앙상블 캐스트들 속에 위치한 닻에 가까우며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보다는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드라마가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교도소 생활을 한 백인 여성의 회고록임을 생각하면, 백인특권을 묘사하는 방식이 놀랍기만 하다. 실제 파이퍼는 오른쪽 인물인데, 파이퍼를 분한 테일러 쉬링보다 하얗다. 스미스 대학을 졸업했다는 점에서 한층 더 중산층 백인스러움이 증가한다. 
(스미스 대학은 교육으로 유명한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명문 여자 대학교. 동문으로는 글로리아 스타이넘, 실비아 플래스, 낸시 레이건, 바버라 부시 등이 있다.)

제작자 젠지 코한Jenji Kohan은 파이퍼를 가르켜 "트로이의 목마"라며 그간 할리웃에서 무시해온 여성들-유색인종, 이민자, 재소자, 노년여성, 정신질환자-의 이야기를 "밀수"해오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녀는 기존의 전통적인 TV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백인 중산층 여성을 택했다고 말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Orange is the New Black이 블랙 코메디일 수 있는 이유는 백인 중산층 여성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녀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앙상블 캐스트들의 불행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잠시 스쳐지나갈 수 있다. 

타샤 제퍼슨 (테이스티) Tasha "Taystee" Jefferson

극 중 대사에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나듯, 교도소는 사람을 망치는 공간이다. 그러나 캐스트들 중 눈에 띄게 성장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바로 테이스티. 고아로 자라나 그룹홈을 전전하다가 뷔vee를 만나 마약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늘 긍적적이고 친절하며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인물.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그녀가 흑인에 고아출신이라면 어떻게 몰락할 수 밖에 없는가를 시즌 전반에 걸쳐서 끊임없이 시험하듯이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출소자를 위한 자금 설립에 성공. 

그녀의 베일리 교도관에 대한 집착은 그녀가 가지는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서 기인한다. 단지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함정이었다) 경찰에 죽은 친구와 흑인이 너무도 쉽게 교도소로 오는 상황에서 백인인 베일리가 푸세를 죽이고도 기소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녀가 분노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폭동죄와 살인죄까지 뒤집어쓰고 무기징역을 받은 그녀에게 가장 잔인한 건 신디의 배신도, 수사기관의 나태함도, 사법체계의 구멍도 아니라 교도소장이 된 타미카가 그녀에게 '난 네가 원하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라고 말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티파니 펜서터키 도깃 Tiffany "Pennsatucky" Doggett 

테이스티처럼 교도소에서 성장한 인물 중 한명.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받은 후 자신을 모욕한 센터 직원을 총으로 쏴 수감되었다. 복음주의자들이 자신을 응원하자 미친 예수쟁이가 되었는데, 시즌 1,2에서 파이퍼와 대적한다. 그러나 점차 자신의 믿음을 객관화해가며 타인을 돌보는 인물이 된다. 그녀와 빅 부가 맺는 우정은 복음주의자와 레즈비언의 우정으로 굉장히 상징적이다. (교도소가 아닌 공간에서 둘이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아동학대를 받으며 숱한 성적학대에 노출되어 왔지만 자신을 길들이려 하는 교도소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리아 루이즈 Maria Ruiz

가장 큰 폭으로 거듭 변하는 인물. 팬티 밀매 사업으로 형량이 늘어(났다고 믿기 전)나기 전까지만 해도 라틴계에서 믿음직한 언니 정도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MCC의 과욕으로 재소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대부분이 라틴계가 되자 교도소 내 갱 두목으로 활약한다. 카리스마로 능숙하게 교도관들을 데리고 정치쇼까지 배우본체의 헤비메탈 짬빠 하지만 자신의 형량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엔 교도관들을 풀어줘 형량을 줄이고자 한다. 
시즌 5이후에 폭동 주동자로 지목당해 형기가 10년이나 는다.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분노했다가 교도소 내 여러 센터를 전전하며 혼자 답을 찾아간다. 마지막에 글로리아가 핸드폰을 밀반입했다고 말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정말 다른 인물 같다. 연기 폭이 굉장히 넓은데 마스크 자체가 중심이 단단해보이는 인물이라 그런지 어떤 상황이 그녀를 변하게 만들었는지에 집중하게 된다. 


+닭. 
시즌 1부터 등장해 시즌 7에서 원년 캐스트만큼이나 반가움을 선사했던 닭. 닭은 파이퍼가 더 이상 교도소 밖의 삶이 아닌 안의 삶에 집중하게 되는 하나의 계기다. (파이퍼와 폴리의 수제 비누 사업이 바니스에 입점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파이퍼는 사업상 중요한 인물하게 전화를 거는 와중에 닭을 발견한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닭을 잡으러 나간다.) 리치필드 최소 보안 교도소의 허술함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닭은 자유롭게 교도소 안팎을 넘나든다. 마지막엔 닭장에서 닭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격리되는 모습을 보여 재소자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게다가 대개 암탉이다!) 


(시즌 5 피날레. 진압 마지막 서로의 품위를 지켜주는 모습. 
폭발음이 들리고 몇은 휘청거렸으나 넘어지지 않았다)

Orange is the New Black은 메타적인 대사를 더불어 설정과 주요 플롯에서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득 앉고 있다. 초반은 백인특권 문제, 중반은 교도소 복합 사업체 문제, 그리고 마지막은 이민자 추방 문제를 세세히 다룬다. 시즌 6에서 출소한 백인 파이퍼와 달리 라틴계 블랑카는 곧장 MCC의 새로운 사업인 이민자 억류 시설로 인도된다. 이를 이어받아 시즌 7에서는 전반에 걸쳐 파이퍼의 교도소 밖의 삶과 유색 이민자의 추방 현황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어린 이민자들이 법정에 설 때 파이퍼는 알렉스와 로맨스 관계에 힘들어하는 장면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비판의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때 연대도 눈에 띄는데, 시즌 7은 자체적인 복선과 이에 대한 마무리가 촘촘하다. 불법 이민자들은 일을 해도 보수를 받을 수 없으므로 주방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재소자들이 일을 하러 온다. 여기서 과거 리치필드에서 함께 지내던 동료를 돕는 것을 시작으로 밀수된 핸드폰으로 이민자들을 돕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재소자가 이민자들보다 나은 환경에 있는 것을 보여준다. 늘상 철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플라카가 멘도사를 대신해 핸드폰을 밀수해 이들을 돕고, 돌봄을 받던 니키는 혼자가 되어 주방을 이끌어 나간다. 

다양한 상황의 다앙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시즌 7의 마지막 회에는 원년 캐스트들의 상황을 나열해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시즌이 전개됨에 따라 영웅처럼 보이던 조 카푸토가 #ME_TOO로 고발된 후 보여주는 추태는 백인 이성애자 민주당 지지자 남성의 한계를 가감없이 그린다. 파이퍼의 교도소 이전의 삶을 상징하던 래리는 파이퍼의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꼬집으며 이 주인공의 성격을 객관화 한다. 그녀의 특별해진 욕망이 수감생활로 이어진 것은, 차별과 상황 때문에 교도소에 갈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재소자들에 비해 그녀가 얼마나 특권층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드라마는 I've loved getting cleaned라는 파이퍼의 나레이션으로 시즌 1의 첫 회를 연상시키며 끝난다. Clean이 반복되어 사용되다 보니 교도소 에서의 삶을 거세시키는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것 처럼, 다른 인물들의 삶이 계속되는 장면은 이야기가 더 남았다는 기대와 상상력을 더해준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