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2019.08.13

<대도시의 사랑법> 


2019년작
p.309 (해설 제외) 
총 4편의 단편이 연달아 있는 연작소설
주인공 '영'의 시점에서 맺는 관계들이 나타난다. 
그는 게이다

  문학동네에서 발간하는 최근 (2015~2018) <문학동네 젊은 작가 수상작>에 수록된 작품들은 주로 인물(작가)의 정체성을 앞세운 작품이 많았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 수상작>뿐만 아니라, 신춘문예에 오른 작품들 중에는 심심치 않게 '나'를 내세운 작품이 있는데 남자 작가의 경우, 자의식이 틀에 박힌 채 발현하는 사례가 많았다. 
가벼움과/ 약간의 우울 (나는 뭘 좀 알지!)을 내재한 채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해 쿨해보이고자 하는 작품들. 웩

  반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게이로서의 당사자성이 갖는 특수함 덕분에 특별하게 읽힌다. 대충 젊은 중산층의 게이의 위치성은 그다지 숨막히지 않게, 재치있게 읽을 수 있다. -어쨋거나 나는 빨간 줄이 그인 상대의 손목을 적당히 모른 척 하는 법을 배워왔다- 

첫 수록 작품인 <재희>는 '나'와 끈끈한 우정을 맺어온 여자친구와의 관계와 치기 어린 젊은 시절들이 묘사되어 시트콤같다. 디테일함 (대량의 얼린 블루베리)과 맥거핀 같이 의외의 짜임새들이 촘촘히 얽혀서 '재희'의 결혼을 마주하는 '나'의 이야기에 완결성을 부여한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은 엄마와 '나'의 길고 복잡한 관계와 '그'와 '나'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연애가 세세히 담겨있다. 공원에서 초연하게 노을을 바라보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보면서 사과받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이는 나의 심리는 공감각적으로 묘사되어 강렬하다. 
나의 심리가 긴 호흡으로 담겨있어 끝에는 사족으로 느껴졌지만, 처음 읽었을 땐 <이방인> 속 인물이 재판 선고를 앞두고 거침없이 발현하는 에너지와 생경함이 떠오를 정도였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에이즈를 가진 게이의 삶을 일면 보여준다. 게이 사회 내부에서도 에이즈는 혐오세력의 억지로 쓰였을 뿐, 제대로 고찰된 적이 없는데 이를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이를 연결해 <늦은 우기의 바캉스>까지 읽게 되면 이 책 한 권이 결국 삼백페이지짜리 사랑고백임을 알 수 있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