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구병모 <파과> 리뷰

2018. 12. 28

소설 구병모 <파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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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파과> 
2018년작 
p.344
노년의 여성 살인청부업자 조각이 겪는 사랑의 감정과 액션 스릴러 

구병모 작가의 강점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 경계를 흐리는 작품 설정과 특유의 시니컬하고 건조한 문체라고 생각한다. 개중에서도 그녀의 초기작인 <위저드 베이커리>는 성장 소설의 외피를 띄고 어둡고 삭막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극 속 관찰자 시점부터 극 밖의 서술자 시점까지 구애받지 않으며 (괄호)를 사용해 논평하는 어투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전작과 달리 소설의 초중반까지는 특유의 논평하는 문장이 빈번히 등장하고 그 호흡이 꽤나 길어서 집중을 흐린다. 소설 속 세계관을 묘사하기위한 것 보다는 현재 이슈가 되는 것들 -젠트리피케이션, 노인혐오-의 극 중 침투인데, 이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정보를 제공한다.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 전개를 돕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정보값이 장황하게 포함되어 있어 몰입을 방해했다. 

소설의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문장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보다 몰입이 가능했다. 중간 중간 시점이 교차하는 것 -투우의 이야기와 류와의 이야기-이 탄력적으로 어우러져 스릴러다운 긴박감을 더한다. 

예상외로 투우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은 그다지 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조각이 강박사에 대한 감정을 인지하고 그녀의 '현재멈춤형'이었던 시간의 흐름에 예민해지는 순간이 더 극적으로 그려진다. 철저히 조각을 중심으로하는 서사의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우는 '방역업체'에 종사하는 인물상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의 어린시절 각인된 기억과 살아있는 말초신경 따위가 조각을 자극하는 동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감각이 각성하는 찰나만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 

구병모 작가 특유의 극 내용과 거리두기는 소설 결말부분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는데, 네일샵 막내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앞서서 소설 초중반의 문장들과 달리 신변잡기라고 느껴지지 않았고, 어디서 조각과 이어질까, 혹시 해니는 아닐까 같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tmi) 
강박사의 "그래도 후회하는 건 아니니까"는 정말 절절한 멜로 대사였다. 

리디북스에서 1월 9일까지 무료 대여를 해준다는 이야기에 E-book으로 읽었다. 이북은 서식 설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그만큼 작가가 설정한 문장 단위나 문단 단위를 망가뜨리기 쉽다. 아마도 내가 초중반 문장 호흡들에 적응하지 못한 것 또한 이북으로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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